<사랑과 죽음의 방정식>에서 우리는 우연의 연속이 만든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택시를 모는 여주인공 리미의 차에 탄 두 승객은 뭐가 급한지 잔돈도 받지 않고 대신 택시 안에 있던 잡지를 들고서 허둥지둥 달려 나간다. 그리고는 다리 위에서 한 남자와 접촉한다. 갑자기 그는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고 그 남자의 몸은 한 쌍의 남녀가 타고 있는 자동차 위로 떨어지는데 아무래도 그 차를 운전하던 남자는 리미가 도둑맞은 잡지 속에 가득 있던 사진들의 주인공인 게 분명하다. 한편 리미는 방금 전에 자기 차에서 내린 승객을 태우지만 얼마 후 그들로부터 돈을 달라며 협박을 당하게 된다. 이제 우리는 자연히 이런 가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지금 보고 있는 영화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안개 속을 헤매게 만드는 스릴러일 것이라고. 그러나 <사랑과 죽음의 방정식>이 흥미로운 영화인 것은 그 같은 예상을 깨는 데 있다. 영화의 주인공 리미는 4년 전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그간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오는 남자친구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는 인물이다. <사랑과 죽음의 방정식>은 그녀의 이야기를, 어쩌면 러브 스토리와는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미스터리 구조 안에다가 앉힘으로써 독특한 러브 스토리가 되었다. 이와 같은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물론 정교하게 설계된 내러티브에 첫 번째 공이 돌아가야겠지만 그와 함께 저우쉰이란 배우에 대해서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 그녀는 늘 폭발 직전에 놓인 듯 불안한 리미라는 인물에게 생동감 있는 아름다움을 불어넣었다. (홍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