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장르에서 ‘좀비’만큼 널리 변주된 주제도 드물지만, 좀비 이야기에 사회학적 함의를 부여하는 시도는 늘 흥미롭기 마련이다. <못 말리는 좀비들>은 기존의 좀비 영화들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신선한 은유와 풍자가 일품인 블랙코미디이다.

이 작품에서 압권은 역시 좀비가 되는 철학자라고 해야겠다. 숲 속의 모텔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철학 교실을 진행하다가 좀비들의 습격으로 다들 물어뜯기는 신세가 되는데, 철학자는 그 와중에도 가르침을 전하는 본분에 충실하다. ‘본능’과 ‘이성’ 이라는 두 챕터의 ‘좀비 철학 강좌’ 형태인 이 영화의 묘미는 곱씹어볼수록 진국이 우러나오는 여러 설정과 대사들에 있다. 좀비들에게 물어뜯길 때 들려오는 ‘철학자가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라는 비명, 최후를 앞두고 각자의 방법으로 본능적 욕구를 채우는 인간 군상, 좀비들을 소모하고 소비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철학자가 계속 쏟아내는 그 주옥같은 대사들.

좀비 철학자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모법답안처럼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걸 알기 위해서라도 볼 가치가 있다. (박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