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사무라이 좀비를 만나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변종 괴물들을 탄생시키며 진화를 거듭해온 좀비영화가 이번에는 여고생 그리고 사무라이와 조우했다. 상상만으로도 흥미를 증폭시키는 이 영화는 바로 코믹연기의 대가 다케나카 나오토가 연출을 맡은 <야마가타 스크림>. 800년전 억울하게 죽었던 사무라이와 부하들은 마을사람들이 테마파크를 만들기 위해 사당을 파헤치자 좀비가 되어 부활한다. 역사 탐방을 위해 도쿄에서 온 소녀들은 마을 청년, 할머니 등과 함께 무시무시한 사무라이 좀비들과 그들에 의해 좀비로 변해버린 마을 사람들의 공격에 맞선다. 소녀들의 무기는 바로 현대 여고생들의 필수품인 휴대폰. 전자파를 증폭시켜 좀비들을 물리치는 엽기적인 소녀들의 모습이나 사무라이가 내뿜는 액체에 얼굴을 맞았을 뿐인데 덜컥 좀비가 되어버리는 마을 사람들 등 황당무계한 설정과 전개에 웃음이 쏟아지지만 동시에 영화는 이러한 웃음 뒤에 일본의 현재를 살짝 가미한다. 녹슨 갑옷 차림으로 공격하는 사무라이 좀비를 ‘코스프레’ 쯤으로 여기는 여고생과 이들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좀비들, 조금 과장하자면 이들의 오해와 충돌은 단순히 현재와 과거, 산자와 죽은 자라는 차이를 넘어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 일본의 10대와 기성세대의 충돌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 내내 울리지만 번번이 끊겨버리는 아버지의 전화처럼 말이다. 좀비영화의 외양을 가져와 일본의 현실을 가볍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린 영화. <신동> 등으로 유명한 나루미 라코가 주인공 소녀로 분해 첫 공포영화에 도전했으며 다케나카 나오코는 연출 외에도 야비한 사무라이 등으로 분해 예의 코믹연기의 진수를 선사하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신체 강탈자의 침입>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고전영화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재미 역시 영화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모은영)